2024.05.0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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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주소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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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주소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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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만 기자

 

요즘 경북지역 자치단체를 보면 규모가 큰 곳이든 작은 곳이든 공통적인 현상이 하나 있다. 바로 인구감소현상이다.

 

경북도내 23개 시군가운데 규모가 가장 작은 영양군에서부터 인구수가 가장 많은 포항에 이르기까지 인구감소현상은 시급한 현안이 되고 있다.

 

이미 범국가적으로 사상 유례없는 인구감소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전국에서 농어업 규모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경북지역의 인구감소현상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게다.

 

오래전부터 만연돼온 3D 기피현상으로 젊은 층들이 힘든 농어업 대신 보수도 높고 쉽고 편한 일을 찾으려는 경향 때문에 일거리를 찾아 수도권 등 대도시를 찾는 현상을 막을 도리가 있을까.

 

인구의 절반이상이 수도권에 사는 기현상을 빚고 있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행정안전부가 최근 발표한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보면 지난해 인구가 증가한 지방자치단체는 17개 시도가운데 경기도(18만7348명), 세종시(1만5천256명), 제주도(3천646명), 강원도(1천338명), 충북(830명) 등 5곳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12개 시도 인구는 모두 감소했다는 것이다.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인구는 모두 2천603만8천307명으로 전체 인구의 50.2%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2019년도말 2천592만799명(50%)보다 더 늘어난 수치다.

 

수도권 집중화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말이다. 풍선효과처럼 수도권집중현상은 지방인구의 감소를 부추기고 있다.

 

전국 대다수 지방자치단체의 인구가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자연감소와 사회적요인 등으로 지속적으로 인구가 줄어든 반면, 수도권은 늘어나는 반비례현상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시대적 추세로 볼수 있지만 오래전부터 한국사회에서 ‘말은 나면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라’란 속담이 결국 이 같은 현상으로 나타나지 않았을까 짐짓 자문해본다.

 

그만큼 한국사회에서 ‘서울’을 갈망하는 마음이 오래전부터 깔려있기 때문이리라. ‘나는 못 먹고 못 입어도 내 자식만큼은 서울에서 번듯하게 성공해서 잘살았으면’ 하는 것이 대다수 부모세대들의 마음이었다.

 

결국 이러한 정서와 사회적 요인 등이 종합적으로 결부돼 수도권은 날이 갈수록 포화상태가 되고 지방은 쪼그라들고 있다.

 

자녀들이 있는 서울은 인구가 너무 많아 치열한 경쟁으로 먹고살기 힘들고, 사람이 없는 부모들의 시골 농어촌은 일손부족으로 먹고살기 힘든 이중고를 겪고 있다.

 

경북 인구감소의 단면은 인구수가 가장 적은 영양군과 가장 큰 자치단체인 포항시의 상황을 보면 역력히 드러난다.

 

2021년 1월 현재 영양군 인구는 1만6692명, 지난해 1만7천명대가 무너져 감소됐다.

 

영양군이 군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도 바로 인구증가시책. 인구증가정책지원조례를 제정하는가하면 현실적인 방안으로 지난해 말부터 ‘주소이전운동’을 범 군민 차원에서 실시하고 있다.

 

경북의 가장 큰 도시인 포항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포항시 인구는 2021년 1월 현재 50만2916명. 영양군과 비교하면 엄청난 수치지만 포항시가 다급한 것은 50만이하로 인구수가 줄어들 경우 2개 비자치구청을 없애야하고 지방교부세에도 악영향이 올수 있어 비상이 걸렸다.

 

포항시가 인구증가시책으로 사활을 걸고 있는 것도 ‘주소이전운동’. 전입금 30만원의 포상금까지 내걸었다. 어찌 보면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주소이전’이 지금 경북도내 시군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진짜 주소 이전 없이 그 지역에서 사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과연 그런 사람이 몇 사람이겠는가.

 

결국 임시방편 식으로 공무원들을 동원해 주소이전을 벌여 당장 눈앞에 보이는 수치라도 반전시키겠다는 것이 이들 시군의 황당한 정책이다.

 

경북도내 타 시군도 거의 대동소이하게 주소이전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근본적인 대안 없이 ‘땜질식 인구증가처방’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그저 또 한 차례의 ‘선거운동’ 같은 일회용 시책이 겨울바람을 타고 백두대간을 오르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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